다음 한메일을 담당한 적은 없지만, 전직 메일 서비스 담당자로써 몇가지 얘기해봅니다..
- 웹하드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웹서비스 통틀어 가장 스토리지 용량을 많이 잡아먹는 것이 메일 서비스입니다. 예전 다음 한메일 서버가 서초동 KIDC에 있을 때는 한 층을 모조리 한메일 서버로만 채웠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그때는 단위 디스크 용량이 크지 않으니 서버 댓수가 많을 수 밖에 없어서요). 게다가 저장하고 입출력하는 데이터가 워낙 많다보니 SSD로는 감당이 안되고 하드디스크로 채워넣는데, 이 하드디스크가 한떨기 가련한 백합 같은 녀석이라 수시로 죽어나갑니다(…)
- 만약 SK C&C IDC의 UPS 화재가 서버 셧다운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고 바로 전원 단절로 넘어갔다면 죽어나간 하드디스크들이 꽤 많을 겁니다. 예전 IDC 이전했을 때 경험에 미루어보면, 정규 절차 다 밟아서 FM대로 서버 셧다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 후에는… 안 올라오는 서버는 왜 그리 많고 메일 서버 하드디스크는 몇개를 갈아댔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 무엇보다도 메일 스토리지 서버가 내려간 시점에서는 (MX 구성을 제대로 했다면) 일정 시간 수신 백업 서버로 우회하여 수신 후, 스토리지 서버가 복구되고 나서 사용자 사서함에 넣어주도록 하는게 보통인데.. 백업 스토리지 공간도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이 일정 시간을 마냥 길게 설정할 수가 없습니다(백업 스토리지를 서비스 스토리지보다 더 크게 설정하지는 않죠 보통). 참고로 제가 관리했던 800만 계정 서비스에서는 24시간이었습니다. 즉, 장애가 지정된 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메일이 튕겨져나갑니다(!). 일단은 한메일쪽도 백업 서버쪽으로 우회하여 수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게 얼마나 유지될지 모르겠네요.
일단 어제(17일) 오전에 네이버 메일, Gmail에서 다음 한메일로 보냈던 테스트 메일은 타임아웃 걸려서 24시간 만에 돌아왔습니다.
SMTP 4201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STATUS 값을 던지는 게 참 한메일답다 싶긴 합니다만… 여튼 보아하니 SMTP 420 (Timeout connection problem)이나 421 (Too many concurrent request)인 것 같아.. 지금 한메일은 외부로부터 메일을 정상적으로 수신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월요일(17일) 오전 10시 30분 정도부터 발송된 메일은 전부 튕겨져 나왔을테고(Bounced), 이건 한메일에서 현재 발생하는 타임아웃을 손댈 여력이 없거나 빠른 복구를 위해 조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대로 메일은 사용자가 접속하지 않더라도 계속 메일의 수신과 송신(자동응답메일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서비스입니다. 또한 개인 메일 계정에 표면적인 수신량이 적다 하더라도(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3~4개 메일) 스팸메일이 이미 서버에 도달하는 것만으로 트래픽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어서, 특정 시점에서의 스토리지 복구를 위해 수신을 (의도적이던 아니던) 거부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레이드 리빌딩은 외부로부터의 데이터 유입이 없어야 빨리 돌텐데… 수없이 죽어나갔을 디스크 생각하면 어쩔 수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2022년 10월 17일(월요일)부터(아마 지난 주말 포함..) 복구 시점까지의 수신되었어야할 메일은 포기하시는 편이 나을 것 같고요.. (바운스백 시킨 메일은 수신측에서 다시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메일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는 수신되었을지도 모르는 메일보다, 저장하고 있는 메일 데이터의 복구가 우선 순위에서 앞설 수 밖에 없습니다. 데이터 복구 때문에 메일에 접속하는 다양한 방법(웹메일 접속, IMAP4, POP3, SMTP)을 모두 내려두고 있는 것이고요.
저도 현재의 한메일 + 카카오메일(카카오 메일의 백엔드는 한메일과 거의 동일합니다. 한메일 + 카카오톡과의 연동 기능 + 스킨 갈이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의 서비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제쯤 될 것이다 말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리빌딩이 끝나는 서버에 입주한 계정을 순차적으로 오픈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아무리 뻔뻔한 카카오라도 전 계정 리빌딩 끝날 때까지는 오픈 안한다! 이럴 수 있는 배짱은 없습니다(판교 오피스에 불납니다).
카카오메일쪽은 그나마 기본 기능(메일 읽기, 송수신)부터 정상화가 된 것으로 보이나.. 절대 비중을 차지할 한메일쪽이 관건이네요.
언제 복구될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혹은 급하게 수신하셔야 하는 메일은 일단 발신자쪽에 요청하셔서 다른 메일로 받으셔야할 것 같고요.. IDC에 투입된, 그리고 메일 서비스 복구에 여념이 없을, 한때 동종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모쪼록 추가적인 문제 없이 고객분들 데이터 복구와 서비스 재개가 원활히 완료되길 바랍니다.
… 데이터 복구와 서비스 재개 이후 엄청나게 접수될 민원 등은 뭐라 할 말이 없군요. ⓣ